[조선일보]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는 최근 세계 난(蘭)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화려한 난을 감상하는 것이 주된 이벤트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경쟁도 벌어진다. 특히 난에 제한받지 않고 여러 가지 꽃을 사용, 어떻게 아름답게 꾸미고 전시할지를 겨루는 ‘플라워 디자인’ 부분은 최근들어 더욱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일본·중국·대만 등 전세계에서 80명의 응모자가 몰렸고, 콘테스트의 우승자(최우수상)는 한국인인 최성복 (崔星福)씨에게 돌아갔다 . “그저 꽃이 좋아서 좀더 배우려고 일본으로 건너왔어요. 지금은 다니던 학교에서 전액을 지원해서 개인전도 해준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유럽 등 세계로 진출하는 게 꿈이에요.” 최씨가 이번에 세계 난전(蘭展)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의 이름은 ‘청초(淸楚)’. “덴드로키람이라는 꽃이 있어요. 아주 연약한 꽃입니다. 이 꽃을 보고 ‘청초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1년을 걸려 구상을 다듬었어요.”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최씨의 작품에 대해 “덴드로키람의 조용한 존재감이 전시회에서 심사위원의 공감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최고의 ‘플라워 디자이너’로 뽑힌 최씨는 지난 2000년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왔다. 한국에서 꽃꽂이를 배운 것이 계기였다. 너무 꽃이 좋다보니 아름답게 전시하는 방법을 더 배우고 싶어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그로선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어려운 게 왜 없었겠어요. 말도 짧고, 생활비도 스스로 벌어야 하고…. 처음에는 어학원을 다니며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두 개씩 하는 강행군이었어요.” 어학원을 다니며 플라워 디자인 학교를 수소문했다. 입학 이후에는 장학금도 받고, 수상경력이 하나하나 늘어나면서 일도 들어와 이전보다는 훨씬 여유로워졌다고 한다. 플라워 디자인학교 2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작년에는 좀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일반 디자인 전문학교로 옮겼다. “꽃을 사용한 종합적인 무대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감각이 필요하지만, 꽃만 디자인해서는 그런 감각이 부족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2월의 ‘세계 난전’에서는 우승을 놓쳤지만 우수상을 수상했다. 작년 일본 플라워 디자인 대상에서 프리워크 부문 1위, 부케부분 2위를 수상하는 등 일본의 플라워 디자인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해졌다. 여름에는 동료들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가을에는 단독으로 도쿄에서 전시계획이 잡혀 있다. 그는 “졸업을 하는 대로 바로 플라워 디자인 전문학교 강사가 될 예정”이라면서 “일본 플라워 디자인 업계와 연계해 있는 유럽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올 가을 일본에 건너온 후 교회에서 만나 알게 된 김성진(金聖眞)씨와 화촉을 밝힐 예정이다.